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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날이 있다.
서럽고 억울한데, 목 놓아 표현하기는 어려운 날.
로봇 같아 보였던 X도 그런 날엔 마음 놓고 표현해도 좋을 나이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땐 그렇게도 빨리 나이 먹고 싶었는데.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그도 안다.
다만 상식이 통하는 곳이길 바랄 뿐이다.
"예전엔 부조리나 불의를 보면 못 참았는데, 이젠 그냥 적응해 가는 것 같아. 목소리 내봤자 피곤한 일만 생기고, 어차피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까."
X가 말했다.
"이렇게 점점 우물 탈출을 포기한 개구리가 되어가는 기분이야."
무기력도 학습된다는 말을, X는 이제 알 것 같았다.
"근데, X야. 사실 모든 직장인이 다 그래."
"정말 그럴까? 대기업도?"
"대기업에 가도 너를 무기력하게 하는 사람은 있어."
B의 말을 들은 X의 얼굴엔 크게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럼 나는 그냥 인간이 싫어. 인간들 없는 곳 가서 살래."
X가 투정 부리듯 말했다. 스스로도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
"나 앞으로 표독스러워 질거야. 그거 알아? 봉감독 포동포동?"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B는 작게 웃었다.
"그래 그래. 나한테만 안 표독스러우면 돼."
X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B는 말했다.
"괜찮아, 나한테만 안 표독스러우면 돼."
그제야 X는 B의 품에서 목놓아 눈물 흘릴 수 있었다.
A Note From X
괜찮아, 나만 그러진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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